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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江의 나루터 이야기 (金 致 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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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으며

대학 교수로 정년퇴임을 한 후 5년의 세월이 흘러가서 나이 70 古稀를 지냈고, 또 명예교수로서의 강의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책임질만한 어떤 공무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정말로 自由人이 되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稀壽 年代야말로 인생에서 출세와 권력에 대한 유혹도 없고, 생활 걱정이나 자녀 교육 걱정도 다 털어버리고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가장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자유의 생활을 어떡하면 더 가치 있게 그리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느 사회학자는 생물학적 생산력이 있는 시기를 ‘green age’라고 한다면, 그 후반기의 삶은 쓸모없는 소비의 시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 활동을 할 수 있는 ‘golden age’라고 역설하였다. 미국에서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교육시켜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 대상>을 받았던 전혜성 박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자기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이 들어 진정 가치 있게 사는 일이다’라고 충고해주었다. 일반 사회활동에서는 은퇴해야 할런지 몰라도 스스로의 삶에 있어서는 은퇴가 없을뿐더러, 寢食 생활만이 아닌 思惟하는 의식 활동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또 소설가 고 박완서 씨는 고희가 넘어서 쓴 글들을 모아 <호미>라는 산문집을 냈다. 그는 ‘마당가에 피어나는 꽃씨들을 작년에 받을 때는 씨가 종말이더니, 금년에 그것들을 뿌릴 때에는 종말이 시작이 되었다’고 하면서,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가슴이 짠할 만큼 경이롭다’고 하였다.

稀壽의 생활에서도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개인에 따라서는 건강문제에 대한 염려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자유로운 교류를 하면서 자기의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상념들을 가다듬고 좋은 글을 쓰면서 살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나는 문학적 소질이 있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욱 아니지만,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기록해두고 싶은 것이다. 어느 작가는 ‘흩어져 사라지는 나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노년에 돌이켜볼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생을 몇 곱절 더 사는 셈이 된다’고 하였다.

나는 매일매일 경험하는 일들에 대하여 기록을 하다보면 어제의 일에 대한 확인과 함께 때로는 반성도 하게 되고, 내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 더욱 알차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가 있었다. 말은 잊어버리기가 쉽고 바꾸기도 쉽지만, 자기가 쓴 글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오늘의 삶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내일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전에 기록해두었던 ‘停年退任 記念文集’이나 ‘古稀記念 自傳文集’의 글들을 읽어보면 지난날 그 당시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요즘 자유스런 稀壽 代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것은 나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확인이랄까 그리고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무나 책임감 같은 것들이 있어, 색다르게 경험하는 생활의 면면을 되새겨보면서 기록해두는 것이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인연으로 나의 주변을 스쳐간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숙명적인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친척들은 말할 것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만났지만 인간적인 유대가 형성되어 서로 간의 가슴 속에 남다른 정을 쌓아온 사람도 많다. 평생 동안 업무관계를 통하여 맺어진 사람들, 특히 나에게는 학문적 선배와 후배들, 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많은 제자들은 내 인생에서 너무도 고맙고 소중한 관계의 사람들이다.

인생은 종종 흘러가는 강물에 비유된다. 길고 긴 강물은 모든 것을 아우르며 이음새도 없이 쉬지 않고 흘러간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시냇물에서부터 유유히 흘러가는 강구에 이르기까지 숱한 일들을 겪어가는 강물처럼, 인생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세월 따라 살아간다. 淸江에는 나루터가 있고 뱃사공이 있다. 나루터를 거쳐 가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이다. 살아왔던 길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법과 뜻이 다르고 또 그들이 가는 목적지도 모두 다르지만, 어떤 만남은 헤어져도 잊을 수 없고 또 다시 만나 평생 동안 아름답게 이어지기도 한다.

‘高士觀水’란 말이 있다. 뜻이 높은 선비가 강물을 관조한다는 말로,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인생을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젊음은 어떻게 가고 늙음은 어떻게 오는가? 의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만났던 사연들, 그들과 나누었던 생각과 대화들, 그들과 공유했던 경험과 추억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추구했던 인생의 목 적은 모두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그런 것들을 기억해두고 싶어 기록해왔다.

그렇게 기록한 내용들은 보잘 것 없겠지만 모두 내가 살아온 소박한 모습이고,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가식 없는 사실들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는 자랑스럽고 떳떳한 삶이었기 때문에, 稀壽 代의 중반에 접어들어 그것들을 모아 (淸江의 나루터 이야기)로 묶어보았다. 그리고 훗날 누눈가 읽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조그만 보람과 행복으로 느낄 것이다.
이 문집의 출판을 후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격려의 글을 써주신 형님께 감사드리며, 오래오래 건강을 보전하시면서 이 동생을 후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편집과 출판을 맡아 수고해주신 한림원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2012년 5월 일
강남구 개포동 서재에서
淸江 金 致 卿